유기농 생리대의 허상, ‘커버만 유기농’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국내 판매 생리대 29종 전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부 ‘유기농’ 제품에서도 세포 독성이 나타나면서, 소비자들이 믿고 선택해온 “유기농 생리대”라는 이름이 실제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논란은 생리대 시장에서 ‘유기농’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마케팅적으로 소비되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진정한 안전 기준이 무엇인지 다시 묻고 있다.
‘커버만 유기농’의 불편한 진실
대부분의 유기농 생리대는 피부에 닿는 겉면(커버)에만 유기농 순면을 사용한다. 하지만 정작 체액을 흡수하는 **흡수체(Absorbent core)**는 고분자흡수체(SAP, Super Absorbent Polymer)와 합성섬유를 혼합해 만든 경우가 많다. SAP는 높은 흡수력을 자랑하지만, 화학적 합성물질로 장기간 피부에 노출되면 염증, 알레르기 반응, 피부 자극을 유발할 수 있다는 논문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실제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에 실린 연구에서도 SAP 및 합성섬유 기반 흡수체가 체온과 습기에 노출될 때 다양한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방출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미세플라스틱과 화학물질의 이중 위험
최근 발표된 성균관대 연구에서도 모든 생리대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이는 커버와 흡수체의 합성섬유 사용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세플라스틱은 단순 피부 접촉을 넘어 체내 침투 가능성이 보고되었으며, 염증 유발·DNA 손상·호르몬 교란 등 다양한 건강 문제와 연관된다는 연구가 국제 학술지에 다수 실려 있다.
여기에 흡수체에 포함된 SAP와 접착제 성분에서 방출되는 톨루엔, 스타이렌 등의 휘발성 화합물까지 더해지면, ‘겉은 유기농’이라는 포장만으로는 결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진짜 유기농의 기준은 흡수체까지
“유기농 생리대”라는 이름이 소비자에게 주는 인식은 곧 ‘안전하다’는 확신이다. 그러나 실제로 안전성을 담보하려면 커버뿐 아니라 흡수체까지 100% 유기농 순면을 사용해야 한다. 흡수체가 화학 합성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면, 피부에 밀착되는 시간과 조건을 고려할 때 유기농 인증의 의미는 절반 이상 퇴색된다.
실제로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유기농 생리대 인증 기준을 “흡수체까지 유기농 순면”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친환경 문제가 아니라, 여성 건강과 직결된 소비자 안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규제와 제도의 빈틈
현재 국내 규제는 생리대 성분 표시와 안전성 검증에 있어 여전히 공백이 크다. 미세플라스틱, SAP,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장기적 위해성 검증 체계가 부족하다. 정부는 “해외 규제 동향을 살펴본 뒤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하지만, 여성들이 매달 사용하는 필수 위생용품에 대한 관리 책임을 미루는 것은 공중보건적 책임 회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요구해야 할 것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유기농”이라는 단어에 안심할 것이 아니라, 흡수체까지 유기농인지 확인해야 한다. 제조사는 성분과 제조 공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부는 이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채 마케팅에만 의존하는 “가짜 유기농”은 더 이상 허용돼서는 안 된다.
결론: 진짜 유기농, 흡수체까지 바뀌어야 한다
생리대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여성 건강을 좌우하는 필수품이다. 커버만 유기농으로 포장한 제품은 소비자를 기만할 뿐 아니라, 장기간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진짜 유기농 생리대는 커버와 흡수체 모두에서 합성 화학물질을 배제하고, 100% 유기농 순면을 사용하는 제품이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마케팅이 아니라, 소비자의 몸을 지키는 진정한 안전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