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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생리대’의 허상, 커버만 안전하면 무슨 소용인가?

이플림 2025. 9. 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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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균관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결과는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던졌다. 국내외에서 판매 중인 생리대 29종을 분석한 결과, 전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고, 일부는 세포 독성까지 확인된 것이다. 특히 유기농을 표방한 제품들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커버만 유기농, 진짜 유기농은 아니다

오늘날 많은 생리대는 피부에 닿는 ‘커버’ 부분만 유기농 순면을 사용한다. 그러나 정작 체액을 흡수하는 ‘흡수체’에는 여전히 SAP(고분자 흡수체)와 합성섬유가 쓰인다. SAP는 뛰어난 흡수력 덕에 업계가 즐겨 사용하는 소재지만, 습기와 체온에 노출되면 화학 반응을 일으켜 피부 자극과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논문들이 다수 보고돼 있다. 결국 겉만 유기농일 뿐, 내부는 화학물질 덩어리인 셈이다.

화학성 접착제,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

더 심각한 문제는 커버와 흡수체 사이에 도포되는 접착제다. 생산 과정에서 두 층을 고정하기 위해 대량의 화학성 접착제가 사용되는데, 이 역시 인체에 흡수될 경우 유해성을 초래할 수 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인 톨루엔이 29종 중 28종에서 검출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생리대가 단순히 ‘흡수 제품’이 아니라, 장시간 인체 점막과 직접 닿는 화학물질의 집합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소비자와 정부의 이중 책임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진정한 유기농 생리대는 커버만이 아닌 흡수체까지 100% 목화 순면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유기농”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마케팅 도구에 불과하다. 문제는 소비자들도 이 미묘한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 채 라벨만 보고 안심해왔다는 데 있다.

정부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생리대는 여성의 일상과 건강에 직접 닿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화학물질 사용과 안전성 검증에 관한 규제는 여전히 허술하다. 이런 제도적 빈틈 속에서 제조업체들은 값싼 소재를 선택해 생산 단가를 낮추고, “유기농”이라는 간판만 내걸어 시장을 점유한다.

평론가의 시선: 안전을 위한 최소 조건

이번 사태는 단순한 연구 결과 발표로 끝나서는 안 된다. 생리대의 안전성을 진정으로 보장하려면 첫째, 흡수체까지 유기농 목화순면으로 제작하는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커버와 흡수체를 잇는 접착제의 화학 성분까지 전면 공개하고 검증해야 한다. 셋째, 소비자들이 “유기농”이라는 이름에 속지 않고 제대로 가려낼 수 있는 눈을 키우도록 정보 제공이 뒷받침돼야 한다.

생리대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건강권과 직결된 필수품이다. 지금처럼 허술한 규제와 소비자의 무관심이 맞물린다면, ‘유기농’이라는 두 글자는 여전히 허상에 불과할 것이다. 진짜 안전은 겉이 아니라, 속까지 바뀔 때 비로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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